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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부품 매크로 촬영의 모든 것: 숨은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여정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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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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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슐래퍼 , 윈델 H. 오스케이

2,550

이음새 없이 설계된 휴대 전화를 손에 쥐어본다.

강물이 매끈하게 다듬어 놓은 차가운 돌멩이 같다. 만지면 기분이 좋다.

어떤 휴대 전화는 기술적인 이점보다 외형과 질감 때문에 다른 것보다 좋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의도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산업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아티스트는 아주 긴 시간을 들여 곡선과 색상, 질감을 하나하나 조정한다.

좋은 디자인은 사람의 신체 감각, 궁극적으로는 우아함에 대한 감각을 자극한다.

 

사진: UnsplashJordan McQueen

 

우리가 사용하는 장치의 구성 요소인 전자부품 또한 디자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전자부품 자체도 더 작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복합 장치이며, 각 부품을 설계하고 고안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때로는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부품이 뜻밖의 예술성과 복잡성이 드러내기도 합니다. 지질학자가 평범한 암석을 망치로 두드려 깼을 때, 그 안에 숨은 광물의 광택이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죠. 

 

사진: Unsplashlilartsy

 

책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에서는 ‘무심한 듯 파괴적인’ 방식으로 전자부품을 탐구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부품의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과감히 톱, 사포, 용제, 연마기, 엔드밀 같은 도구는 물론 목수의 망치도 종종 사용합니다.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한 번쯤 ‘이런 사진은 어떻게 찍었을까?’하고 궁금했을 그 사진,  감탄을 자아내는 전자 부품의 단면을 찍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전자 부품을 자르고, 다듬고, 닦고, 장착하는 것부터 사진 촬영과 후처리까지의 모든 과정을 함께 살펴보시죠.

 

1. 자르고 다듬기 Cutting and Polishing

 

다양한 주제를 두고 사진을 준비하면서 톱으로 절단하기, 줄 다듬질, 절삭, 샌딩 등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샘플마다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면서 검사하고, 시험 삼아 분리해보고,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바로 촬영을 시작하지 않고, 먼저 완성본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계획했죠.


저속 다이아몬드 톱, 다이아몬드 연마 디스크, 면도날, 전동식 샌더, 5,000kg나 되는 절삭 기계 등 다양한 장비를 사용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내심을 가지고 우직하게 손으로 사포질을 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사포질은 고운 사포를 작게 잘라 알코올로 적신 뒤 아주 평평한 표면에 대고 합니다. 또한 촬영할 부품의 특성에 맞춰 마지막 사포질에는 600 방부터 1만 방의 다양한 사포를 사용했습니다.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저속 다이아몬드 톱은 보통 재료 분석에 사용합니다. 

여기서는 조사를 목적으로 EPROM을 자를 때 사용했습니다.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저속 다이아몬드 톱으로 자른 EPROM은 이런 단면을 보여줍니다.

 

EPROM의 세라믹 DIP에 있는 석영 유리창이

어떻게 실리콘 다이를 자외선에 노출시켜 메모리를 지우는 지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_ 창이 나 있는 EPROM  /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p.213

 

2. 닦기 Cleaning

 

사진을 찍기 전에 부품을 닦는 데에도 상당한 준비 시간이 소요됩니다. 어떤 빈티지 부품은 반세기 전에 칠한 래커에 먼지가 함께 갇힌 상태로 보존되어 있기도 했죠. 그보다 더 문제가 됐던 것은 절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과 금속, 세라믹, 반도체 가루였습니다.


부품이 크면 압축 공기와 깨끗하고 건조한 칫솔로 먼지를 턴 다음, 먼지 제거용 젤을 사용했습니다. 작고 민감한 부품은 순수한 아이소프로필 알코올을 살짝 뿌려 닦은 뒤 에어스프레이로 건조시켰습니다. 

 

특히 까다로웠던 본딩용 전선의 경우,  현미경 아래에서 스테인리스 스틸관 손잡이에 고양이 수염 한 가닥을 붙여 만든 솔로 닦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는데도 고배율로 확대했을 때 먼지가 보일 가능성은 여전히 있습니다.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사진에 보이는 하얀 고양이 수염으로 만든 솔은 작은 부품을 닦는 데 유용했습니다.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고양이 수염 솔로 깨끗이 닦은 전자 부품은 위의 사진과 같이 촬영합니다.

 

위의 사진은 표면실장형 칩 저항기로, 표면 아래의 후막 소자가 드러나도록 에폭시 코팅을 벗겼습니다.

_ 표면실장형 칩 저항기 /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p.24

 

3. 수지 주입하기 Potting

 

본연의 상태로 절단했다면 부서졌을, 복잡하거나 깨지기 쉬운 샘플도 있습니다. 책 128쪽에 나온 스피커 (아래 사진)가 좋은 예인데 종이로 만든 콘과 얇은 음성 코일은 제자리에 고정시킬 무언가가 없었다면 잘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이 경우 절단 과정에서 고정을 위해 부품을 주물용 수지(투명 에폭시)에 담갔습니다. 주물을 만들기 전에 작은 진공실에 넣어 혼합한 에폭시 수지의 공기를 빼내서 기포의 양과 크기를 상당히 줄였죠.


다만, 빈 공간을 수지로 채우면 그대로 둘 때보다 결과물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어 샘플에 수지를 주입하는 방식은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위의 고속 USB 케이블은 깨지기 쉬운 편은 아니었지만, 케이블 내부의 전선을 고정하지 않은 상태로는 깨끗하고 선명한 단면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수지 덕분에 케이블 단면이 매우 아름답게 나왔습니다.

 

이 고속 USB 케이블에는 케블라 섬유 등 강도를 높이기 위한 강도재를 사용합니다.

빨간색과 검은색 전원 도체를 사이에 두고 가운데 부근에 위치한 노란색 부분이 이에 해당하죠.

_ 고속 USB 케이블 /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p.175

 

4. 고정하기 Mounting

책에 수록된 많은 사진에서 피사체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이는 포토샵이나 속임수를 사용해서가 아니라 카메라와 피사체의 위치를 신중하게 정해서일 뿐입니다.


구부릴 수 있는 팔 네 개와 그 끝에 악어 클립이 달린 바이스를 사용해 여러 피사체를 고정했으며 대부분의 경우 클립이 화면에 잡히지 않도록 했습니다. 부품이 작거나 전체가 다 보여야 하는 경우 부품을 금속 지지대에 부착했죠. 이는 각도를 신중하게 선택하면 지지대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아래 사진은 책 157쪽에서 본 F 커넥터 사진을 찍었을 때의 환경입니다. 악어 클립으로 케이블을 고정하고 커넥터는 배경이 되는 종이를 통과한 휘지 않는 스테인리스 강선 stainless steel wire 에 부착했습니다. 종이 뒤에서는 악어 클립 두 개로 강선을 제자리에 고정했고요.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보시다시피 악어 클립을 사용해 아름다운 전자 부품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 나온 F 커넥터의 플러그와 잭은 케이블 TV와 인터넷용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커넥터입니다.

_F 커넥터 /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p.157

 

5. 리터칭 Retouching

 

책에 수록된 사진은 어도비 라이트룸 Adobe Lightroom 을 사용해 수집하고 처리했습니다. 일부 동일한 과정(암실과 화학 물질이 있던 시절에 현상developing 이라고 부르던 과정)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진에 일관적으로 적용했죠. 이 과정에는 렌즈 프로필의 수정 뿐 아니라 자르기와 회전, 화이트 밸런스, 밝기, 대비 및 전체 톤의 조정도 포함됩니다.


대부분의 사진은 라이트룸으로 어느 정도 얼룩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이를 통해 미세한 먼지와 센서의 먼지 등 카메라에서 생긴 흔적을 제거하고 샘플 준비 과정과 일반적인 흠집에서 생기는 인공적인 흔적을 줄였습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다만 디지털 에어브러싱같이 손이 많이 가는 리터칭 기술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책에 수록한 부품 각각이 지닌 시각적 특성을 충실히 보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6. 심도합성 Focus Stacking

 

책에 수록한 사진 중 다수는 헬리콘 포커스 Helicon Focus 를 사용해 처리했습니다. 헬리콘 포커스란 심도가 얕은 여러 이미지를 결합해 심도가 깊은 하나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컴퓨터 이미지 처리 기술, 심도합성을 전문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심도합성은 사진을 분석해 초점이 맞는 부분을 식별한 뒤 해당 영역을 함께 결합하는 방식을 이용하는데, 이는 소프트웨어로 사진을 연결해 파노라마를 만드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심도합성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으려면 사진을 촬영할 때 동일한 간격만큼 떨어진 위치에서 동일한 노출을 줘야 합니다. 피사계 심도가 1mm 미만이면 카메라 위치를 변경할 때도 무척 주의해야 하죠. 책에 수록한 부품을 촬영할 때는 맞춤형 소프트웨어 외에 자동 선형 모션 스테이지를 함께 사용해서 카메라를 한 방향으로 아주 조금씩 정밀하게 옮기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출처: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2023

 

여러 사진들을 심도합성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결합하면  보기와 같이 깔끔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위의 부품은 스마트폰의 논리기판 내부 모습으로, 

주 회로기판 위의 베이지색 블록들은 적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입니다.

_스마트폰 논리기판 /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p.249

 


위 콘텐츠는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에서 내용을 발췌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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