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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라이프

온라인 배포 행위와 관련한 잡다한 생각들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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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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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14,916

저자: 팀 오라일리(Tim O’Reilly), 역 전순재

온라인 파일 공유와 관련된 논쟁이 계속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자이자 출판인으로서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음악이나 영화가 아니라 책을 쓰고 출판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동안의 인생경험에서 내가 얻은 교훈을 이 논쟁에 적용해도 유효하리란 생각에 이 기사를 작성하게 되었다.

교훈 1: 저자와 창조적인 아티스트에게 큰 위협은 해적행위(piracy)가 아니라 잊혀짐(Obscurity)이다.

도서 출판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10만종 이상의 책이 매년 출판되고, 수 백만 권의 책이 인쇄되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기껏해야 그 중, 만 권 정도의 신간만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십만 권 정도의 책만이 대형 서점에 진열될 뿐이다. 또다시, 이렇게 진열된 대부분의 책들은 줄줄이 늘어선 선반 위에서 몇 개월을 지내다가 창고의 어둠 속에서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옮겨질 날만을 기다린다. 저자들은 출판업자만 잡으면 자신의 꿈이 이루어 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단지 오래도록 지속될 실망의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아마존 같은 온라인 서점은 인쇄물 형태의 모든 책들의 가상 가판대가 되어 창고 속 어둠에 묻혀있는 책들에게 한 줄기 빛을 비추어준다. 출구가 전혀 없던 책들이 독자들에게 노출되어 팔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출판업자들로부터 운좋게 자신들의 책에 대한 권리를 돌려 받은 저자들은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사줄 것을 기대하면서 종종 온라인에 자신의 저서를 올려 놓기도 한다. 이렇듯, 웹은 독자들에게 행운이 되었다. 책에 대한 서평을 쉽게 퍼트릴 수 있고 어렴풋이 들어본 책도 쉽게 검색해서 구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간되고 나서 한 두 해까지 버텨내는 책은 별로 없다. 창고를 아예 비워버리자. 그러면 많이 버릴 수가 없을 테니까.

어떤 책들에게 있어서 망각이라는 대가는 너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큰 차이 때문에 고난을 받는 책들이 훨씬 더 많다.

필자는 CD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 역시, 범위면에서 출판물과 대체로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수 만 명의 음악가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CD를 제작한다(이 중, 운 좋은 몇몇 음악가들은 레코딩 계약을 체결한다). 물론, 만족할 만큼 팔리는 CD는 많지 않다. 단지 음악 CD가 가게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등록된 음악 출판인들의 목록에서 상당수는 소비자들에게 잊혀진다.

영화도 마찬가지 이다. 책이나 음악에 비해 비교적 제작비용이 많이 들어 그 수가 적을 뿐이지 영화에서도 망각은 언제나 적이 된다. 수 천명의 독립 영화 제작자들은 필사적으로 자신들이 만든 영화의 배포방법을 찾아 해매고 다니며 덴마크 영화, 도그미(Dogme)처럼 소수의 영화만이 겨우 햇빛을 볼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지방의 영화 축제에서나 가끔 보여질 정도로 독립영화의 상영은 제한된다. 하지만 디지털 비디오의 출현을 보건대, 책이 아마존 같은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빛을 보았듯이 독립영화도 이에 상당하는 성공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한다. 차고에서 시작한 락 밴드처럼, 그리고 다락방에서 집필된 위대한 소설처럼 말이다.

교훈 2: 해적행위(Piracy)는 누진 세금이다.

이러한 창조적인 아티스트들의 노고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다. 해적질 당할 만큼 유명해져야 비로소 대중들에게도 알려졌다 할 수 있다. 해적질은 일종의 누진 과세이다. 이 세금은 저명한 아티스트 작품의 판매로부터 몇 퍼센트를 떼어낼 수도 있는 것으로(내가 모호한 표현을 쓴 이유는 떼어낸 퍼센트가 어느 정도인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 엄청난 횟수의 노출이라는 혜택을 통해 더 많은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 음악 그리고 영화를 배포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가지지 못한자"보다 "가진자"에게 치우쳐 있다. 잘 알려진 제품들은 엄청난 판촉 예산을 받아 널리 배포될 수 있다.

현재 배포 시스템에 진입하는 장벽을 낮추고, 아주 인기있는 소수의 작품에 치중하기 보다는 전체 카탈로그를 계속해서 제공해주는 것이 창조적인 아티스트들에게 유익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미디어로 미래의 배포자 및 출판자들이 될 기업가들과 작업을 함으로써 자신만의 명성과 유명세를 구축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19살 난 딸과 딸 아이의 친구들이 냅스터(Napster)와 카자(Kazaa)에서 수 많은 밴드들을 시험해보고,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CD를 구입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지금 내 딸은 내가 시험삼아 들어보지도 않고 모은 CD보다 더 많은 CD를 모아놓았다. 게다가, 딸아이는 자기 마음에 드는 곡을 나에게 소개해 주는 고로, 나 역시 같은 CD를 구입하곤 했다. 내 딸은 브리트니 스피어(Britney Spears)의 노래는 절대로 다운받지 않는다. 오히려 60년, 70년, 80년대, 그리고 90년대의 밴드들을 비롯해 다른 장르의 음악적 선구자들의 음악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런 음악은 찾기가 쉽지 않다(온라인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일단 찾으면, CD, 레코드, 기타 골동품을 집중적으로 찾게 된다. 비록 RIAA는 그 기회를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이베이(eBay)는 이런 재료들로 훌륭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교훈 3: 고객은 가능하다면 옳은 일을 하고자 한다.

‘해적질’이라는 단어가 다분히 감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단어는 불법적인 제품을 복사해서 대량으로 재판매하는데 사용하던 단어이다. 음악과 영화 산업의 용법에서는 그것을 P2P 파일 공유에 적용하는데, 솔직하게 논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온라인 파일 공유는 적법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음악을 상호교환하는 열정적 팬들이 벌이는 일이다. 해적행위(Piracy)란 불법적인 상업활동으로서 일반적으로 기존의 저작권법에 강력한 제재가 없는 나라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라일리에서는 지금까지 인쇄물의 형태로 출간한 도서 중에서 상당수를 다시 온라인 형태로 출간했다. 안타깝게도 어떤 사람들은 이 자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채 복사본을 재배포한다(여기서 진짜 큰 문제는 파일 공유 네트워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O’Reilly CD Bookshelf 제품의 사본이 공개 웹 서버에 올려져 있거나, 대량으로 복사되어 eBay에서 판매되는데 있다). 물론 이렇게 해적질 당한 복사본들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 사업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이에 인쇄된 책이 온라인으로도 판매된다고 할지라도, 판매량이 별로 혹은 전혀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게다가, 이렇게 권익을 침해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그런 자료들을 내려 달라는 정중한 편지에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는 서버들은 보통 우리의 책들을 구입할 수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는 지역에 있다.

여기에서도 우리의 흥미를 사로잡는 부분이 있다. 우리의 권리 강화 활동이 고객-주도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객들로부터 침해행위를 한 사이트를 알려주는 수 천 통의 메일을 받는다. 왜? 고객들은 우리 회사와 저자들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 사업이 계속 지속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이와 같은 자료를 온라인에서 이용하는 합법적인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라일리 사파리 북스 서비스(safari.oreilly.com)를 사용하면 한 달에 겨우 $9.95만 지불하면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의 고객들은 복사본을 불법으로 인식한다.

비슷한 관점을 존 슐(Jon Schull)도 표명한다. 그는 소프트락(Softlock)사의 전 CTO로 근무했으며, 이 회사는 스티븐 킹(Stephen King)과 함께 "총알 타기(Riding the Bullet)"라는 전자책 실험작업을 하였다. 이 작업에서 소프트락은 강력한 DRM 체계를 사용했는데 컨텐츠 호스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량배포"에 의존하고 있었다(이 아이디어는 고객들이 사본을 친구들에게 재배포할 것이고, 그러면 그 친구들은 그냥 키를 내려받아 상술한 사본을 열기만 하면 된다는 아이디어에 근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본들이 어찌 되었든 내려받아지기는 했지만 유포된 개수는 아주 적었다. 후에 소프트락에서는 고객 조사를 실시하여 "유포활동"이 적은 이유를 알아 보았다. 놀랍게도, 고객들은 소프트락이 재배포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고객들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배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객들이 영화나 음악의 불법 디지털 복사본을 교환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러한 고객들에게 공정한 가격으로 합법적인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교훈 4: 해적행위보다 더 큰 위협은 좀도둑이다.

공개 웹 서버에 책을 올려 놓는 사람들은 보통 그 행위로부터 이익을 추구하지 않지만, 수 십 권 분량에 해당하는 PDF나 HTML 사본을 담은 CD를 판매 목적으로 이베이(eBay)에 올려 놓은 사람들은 사실상 해적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컨텐츠를 조직적으로 복사하여 재판매하는 행위를 이름).

그렇다고 하더라도 더 강력하게 저작권 법을 강제하거나, 강력한 디지털 권리 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기존의 법률로도 소수의 고의적 해적행위 정도는 단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가시적인 해적 문제가 없다. 수 년 간 와레즈 사이트(지금은 파일 교환 네트워크)에서 각종 소프트웨어 제품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하고 성공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빼앗긴" 수입에 대한 추산은 불법적인 복사본에 대하여 대가가 지불되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한편, 불법 사본의 사용으로 익숙해져서 "업그레이드한" 덕분에 팔린 사본들에 대해서는 장부 반대쪽에 전혀 기입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문제는 해적행위와 비슷한 문제인 좀도둑과 관련된 것이다. 좀도둑 문제는 장사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문제이다.

전자책 형태의 출판 사업도 벌이고 있는 출판인으로서, 해적행위라는 문제는 사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내가 사업을 하면서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 하나는, 독자들의 머리에서 잊혀지는 것이 해적질보다 더 큰 위험이라는 것이다. 단 한 권의 책이라고 해도 이 책을 도둑 맞게 되었다면 그것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서점에 딱 한 권의 책만이 남아 있다면, 혹은 레코드 점에 단 한 개의 CD만 남아 있다면, 그렇다면 이렇게 도둑맞은 물건은 본질적으로 다음번의 잠재 고객의 선택 가능성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창고의 재고 관리 시스템은 그 제품이 팔리지 않았다고 말해 주기 때문에, 한 주 혹은 한달 이상이나 재고가 있다는 것으로 기록되겠지만(어쩌면 전혀 기록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 말이다.

일례로 나는 어떤 서점을 방문하여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책 하나를 선정하여 왜 그 서점에서는 그 책이 없는지 여러 차례 물어 보았다. 내가 들은 대답은 다음과 같다. 재고관리 시스템을 슬쩍 둘러본 후, "아니에요, 보유하고 있어요. 재고관리 시스템에 의하면 여전히 한 권이 재고로 있네요. 그리고 몇 개월동안 팔리지 않은 걸로 되어 있어서 새로 주문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책꽂이에 책이 없기 때문에 아마도 팔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시켜 주려면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온라인 출판물은 절대 재고가 바닥날 우려가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상 적어도 한 번의 판매 기회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배포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비효율과 예측불가능한 병목지점들에 방해받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교훈 5: 파일 공유 네트워크는 책, 음악, 영화, 출판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출판인들을 위협하는 것이다.

음악과 영화 산업은 파일 공유 네트워크가 자신들의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고 암시하기를 좋아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출판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출판은 어떤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수학에 의해서 통치된다. 중개자들 없이 수 백만의 구매자들과 수 백만의 판매자들이 서로 만날 수 없다. 예를 들어 중개자들은 일종의 감압 변압기처럼 시장을 분할하여 보다 관리를 잘 한다. 사실, 중개인들을 위한 풍요로운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출판업자는 독자를 위해 저자를 끌어 모으고, 소매상인은 출판업자를 위해 독자를 끌어 모은다. 또한 도매상은 소매상을 위해 소 출판업자를 끌어 모으고, 출판업자를 위해 소 소매상을 끌어 모은다. 특수 배포업자는 비-정규 채널로 출구를 찾는다.

웹의 출현을 출판의 새로운 매체로 인식한 사람들은 이와 같은 환경이 십년도 채 안되어 진화된 것을 목도하였다. 웹의 초기에는 우리가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의 시대에 직면했으며, 그 결과 누구라도 독자적으로 출판인이 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곳곳에서 주장하였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개인 웹 사이트 소유자들은 Yahoo!, Google을 비롯한 기타 탐색 엔진들(웹의 탐색 엔진은 출판의 Barnes & Noble and Borders 상당함)에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개인 웹 사이트의 노출 가능성을 높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웹 저자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AOL과 MSN, 또는 테크놀로지 편에서, Cnet, Slashdot, O"Reilly Network 등을 비롯한 기타 다른 웹 출판인들을 위해 저작활동을 할 것이다. 한편, 매트 드러지(Matt Drudge)로부터 데이브 위너(Dave Winer)와 코리 닥터로우(Cory Doctorow)에 이르는 저자들은 새로운 매체에 출판을 함으로써 명성을 날렸다.

야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저서 『Guns, Germs, and Steel』처럼 수학은 이 모든 복잡한 사회 조직의 발흥 뒤에 숨은 공로자이다.

수 백만 개의 잠재적인 대체품들이 수 백만의 소비자들과 만나게 되는 근본적인 변화는 테크놀러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수단은 테크놀로지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필요성은 그렇지 않다. 자세한 판매 경험 자료를 사용해서 거대 도매상이 매물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얻는 것과 구글이 페이지 순위를 보여줌으로써 묵시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비교해 볼 때 구글의 페이지 순위와 도매상의 판매 경험 자료는 거의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P2P 파일 공유와 같은 테크놀로지가 창조적인 아티스트나 출판인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창조적인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얼마나 잘 활용해서 자신들의 작품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출판인들은 다른 사람들이 이 새로운 매체를 이용하여 이득을 보기 전에 출판인 자신들이 이 새로운 매체에서 수행할 역할을 이해할 것이다. 어찌보면 출판이란 생태학적 틈새(ecological niche)라 할 수 있다. 새로이 진입한 출판인들은 기존의 출판인들이 뚫지 못한 틈을 필사적으로 메우고자 하기 때문이다.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 논의해보면, 출판이란 단순히 물리적인 제품의 집합체가 아니라 뒤에서 "명성"을 모으고 관리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Google, Yahoo!, Barnes & Noble, Borders, HMV, MediaPlay와 같은 사이트를 방문한다. 왜냐하면 거기에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Knopf나 O"Reilly와 같은 특정 출판사를 찾는다. 이들은 능력있는 저자들과 흥미로운 주제들을 찾아내는 능력으로 이미 사람들의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논의를 음악 파일 공유로 옮겨보자. 어떻게 사람들은 카자(Kazaa)에서 파일을 찾아 내는가? 어떻게 냅스터의 대를 잇는 파일 공유 서비스를 찾아 내는가? 일단 사람들은 이미 자기가 알고 있는 노래를 찾아 보고자 할 수 있다. 그러나 저명한 아티스트나 노래 제목에 대한 탐색은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이미 사람들은 파일 공유 서비스와 관계없는 (아티스트/노래가 짝을 이룬) "이름 공간"이라는 마케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기존의 음악 배포 시스템을 대신하려면, 새로운 음악의 촉진과 새로운 음악의 시장을 위하여 고유한 메커니즘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미 그러한 메커니즘은 도래하고 있다. 파일 공유 서비스는 아주 효과적인 시장광고 테크닉인 “입소문”에 엄청나게 의존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전의 미디어의 진화에 대해서 연구한 사람은 선험적 지식이나 혹은 입소문에 근거한 탐색은 아주 부실한 과실을 맺는 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마케팅이 추가되고, 차츰차츰 기존의 미디어 시장을 특징짓는 중개인이 풍부한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았을 때에도, 새로운 미디어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기존의 미디어 시장을 대체하지 않으며 오히려 부가되거나 확장된다. 그 결과 기존 매체와 새로운 배포 매체 사이에서 이익을 얻을 기회가 존재한다. 마치 파일 공유 네트워크의 출현이 이베이에서 (정상적인 레코딩 산업의 통로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레코드와 CD의 교환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주었듯이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온라인 음악 출판 서비스가 CD들과 기타 물리적인 배포 미디어들을 대체할 것이다. 마치 녹음된 음악 때문에 종이인쇄 음악 출판인들이 틈새로 추방되고, 과거엔 집안의 오락의 중심이었던 거실의 피아노가 이제는 오히려 거기에서 옛 추억을 느끼게 되었듯이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티스트와 음악 출판인들이 해야 할 역할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책 출판, 음악 출판, 혹은 영화 제작의 사망이 아니라 오히려 ‘누가 가장 성공적인 출판인이 될 것인가’가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교훈 6: "무료(Free)"는 결국 대가를 지불하는 보다 높은 품질의 서비스로 대체될 것이다.

독자들에게 드리는 질문 하나: 몇 명이나 아직도 P2P UUCP 전화접속 혹은 예전의 "무료" 인터넷을 통해 전자우편을 접수하는가? 그리고 ISP에게 한 달 혹은 그 이상의 기간에 $19.95를 지불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 공중파 방송으로 "무료"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달에 $20-$60에 상당하는 돈을 케이블이나 인공위성 텔레비전에 지불하는가? (비디오 테이프와 DVD로 영화를 빌려보거나, 즐겨보는 영화들을 실제로 구입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카자(Kazaa)와 같은 서비스들은 경쟁적인 대안이 없을 때 번성한다. 모든 노래들에 접근을 할 수 있고, 부담스러운 복제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고, 보다 정확한 메타데이터와 기타 부가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음악 산업이 제공한다면 수 백만 명의 유료 등록자들이 생길 것이라고 필자는 자신있게 예견한다. 다시 말해 그리 오래지 않아, 어느 경우든 카자(Kazaa)는 이러한 장점들을 제공하고 (그리고 대금을 청구하기) 시작할 것이다(또는 법적인 도전이 없었다면 이미 그랬을 것이다). 상당수의 AOL, MSN, Yahoo!, Cnet, 그리고 기타 많은 회사들이 달려들어 "무료"인 웹 위에 수백만 달러의 미디어 사업을 구축하였고, "출판인(publishers)"은 파일 공유 네트워크 위에서 진화할 것이다.

무료로 얻을 수 있는데 왜 노래에 돈을 지불하려고 하는가? 그것은 공공 도서관에서 충분히 책을 빌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직접 책을 사서 보는 것, 대여점에서 빌리거나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DVD 영화 한편을 사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그것은 편리함, 사용의 용이성, 선택하는 즐거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음, 그리고 열광자들에게는 순수하게 보물처럼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즐거움이다.

현재 온라인에서 경험하고 있는 파일 공유 서비스는 최대한 후하게 평가해도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키보드로 시간을 버는 학생들과 기타 사람들은 이 서비스가 적절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멋대로인 품질을 가진 사본이 난무하고, 가끔씩 나오는 구매불가능 작품들, 아티스트나 노래에 대한 엉터리 정보 등을 비롯하여 기타 정비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반대론자들은 웹이 그동안 두려워하고 있는 사실들을 정확하게 보여 주었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웹에 있는 컨텐츠(content)는 "무료(free)"이기 때문에 광고로는 컨텐츠 제공자들에게 충분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없으며, 구독(subscription) 모델은 실패했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주장하고 싶다.

구독 사이트는 분명 증가하고 있다. 컴퓨터 산업 전문가들을 이 시장에서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s)"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라일리 Safari Books Online 구독자는 매달 30 퍼센트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이제 우리회사와 기타 참여 출판인들을 위한 수 백만 달러의 수입 흐름을 대표한다.

대부분의 관찰자들도 인터넷이 이미 등록 서비스로 팔린 셈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는 듯 하다. 우리는 모두 부가 가치 상품 서비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수직적으로-통합된 여러 ISP들(AOL Time Warner가 유명함)이 "기본적인" 연결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준 높은 컨텐츠를 담은 방대한 라이브러리까지 소유하고 있다.

온라인 컨텐츠 등록 서비스는, 텔레비전과의 비교해보면 이해가 더 쉽다. 광고주-지원 방식으로 운영되는 무료 텔레비전은 유료 케이블 TV 등록으로 이미 광범위하게 대체되었다(광고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보충되었다고 말해야 할까). 한 술 더 떠서, "기본 케이블" 서비스로 발생하는 수입은 다시 다양하게 합쳐진 고급 채널에 의해서 대체되었다. 그 중의 한 채널인 HBO는 이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텔레비전 네트워크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ISP에게 "기본 케이블" 서비스 가치에 해당하는 월 $19.95를 지불한다.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라는 고급 채널에 대한 좋은 기회는 반면에 기존의 음악 출판인들의 비젼 부족으로 물 건너가 버렸다.

텔레비전에서 얻은 또 다른 교훈은 사람들이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편당 지불보다는 정기구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한 단일 채널보다는 방대한 컨텐츠가 한데 모인 곳에 등록하기를 선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음악 패키지", "스포츠 패키지"처럼 여러 가지가 한데 묶여 있는 것들을 구독한다. 음악 산업에서는 "싱글 앨범"과 같은 것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갔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물론, 음악 장르별로 나뉠 수도 있음) 월 정액 서비스가 시장에 널리 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교훈 7: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다른 미디어 시장 조사에 의하면 단 한방으로 해결되는 일(silver-bullet)은 없다는 것을 불 수 있다. 똑똑한 회사라면 청구서에 지불하는 고객들에게 봉사할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자의 모든 채널을 통해서 수입을 극대화한다.

오라일리에서는 지난 4년간 온라인으로 책을 배포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누가 먼저 하기 전에 우리가 독자들에게 이와 같은 매력적인 온라인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누구도 우리에게 내일을 약속해 줄 수 없다(No one promised us tomorrow)"는 하와이 속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말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다른 경쟁자들은 우리가 새로운 배포 미디어와 새로운 형태의 출판을 연구하게끔 만든다.

앞에서 언급한 사파리 구독 서비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오라일리 네트워크(www.oreillynet.com)라는 광고로 지원되는 “무료”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명시적으로 재배포를 허용하는 "개방 출판 라이센스(open publication licenses)"하에서 많은 책들을 출간해내기도 하였다(oreilly.com/openbook). 우리가 이러한 활동을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렇게라도 독자들에게 노출시키지 않았으면 완전히 관심 밖으로 사라졌을 제품들에 눈길을 끌게 하고, 온라인 공동체 사이에 브랜드 충성도를 심어주었다. 때로는 기존 채널로는 더 이상 팔릴 수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 대신 무료로 사용하도록 해주는 편을 택하기도 했다.

그리고 CD-ROM의 형태로도 출판을 많이 했다. 이 형태는 CD Bookshelf라고 불리는데 대략 6권 내외의 관련서적을 모아 패키지로 묶어놓은 것이다.

물론, CD Bookshelf를 만들면서 계속해서 인쇄판 책을 만들어냈다.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된 책들의 경우(『The Cathedral and the Bazaar), 『The Cluetrain Manifesto))에는 종종 한 주제나 저자에 대한 토론을 통해 판매가 촉진되기도 했다. 우리는 또한 잠재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을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지금껏 발간한 책들 중 상당수를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드림위버(Dreamweaver)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주얼 스튜디오(Visual Studio)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위해 도서를 온라인 도움말 시스템에 통합시키는 방법도 개발해냈다.

이러한 시험을 거치면서 흥미로웠던 것으로는, 같은 재료를 인쇄 매체와 온라인 매체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공한 덕분에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라일리 베스트셀러인 『Programming Perl』에 수록된 내용의 상당수는 표준 펄 문서의 일부분으로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 패키지(인쇄된 책이 가진 편리함은 물론이고 강력하게 브랜드화된 패키지에 대한 미적 쾌감)는 오로지 인쇄된 책의 형태로만 얻을 수 있다. 같은 제품과 같은 정보라 할지라도 보여주는 방식이 다양할 경우, 시장의 전체적인 규모와 풍요로움은 증가한다.

그리고 마지막 최종 교훈이다. 스타워스 영화 1편에서 "우키에게 원하는 것을 줘!"라고 한 솔로(Han Solo)의 아주 인상적인 대사처럼, 고객에게 공정한 가격으로 가능한 한 여러 방법을 제시하라! 어떤 것이 맞는지는 고객이 스스로 선택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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