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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25년도 더 된 *둠*을 들여다봐야 하는가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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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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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비앙 상글라르

20,809

 
 
『게임 엔진 블랙 북 : 둠』 중
 

『게임 엔진 블랙 북: 둠』은 『게임 엔진 블랙 북』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 『게임 엔진 블랙 북: 울펜슈타인 3D』에서 <울펜슈타인 3DWolfenstein 3D>가 출시되었던 1992년 5월부터 시작된다. 이드 소프트웨어id Software의 두 번째 혁신인 <둠Doom>을 다루며, 1993년 12월까지 줄곧 이어지는 일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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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엔진 블랙 북: 둠』 역시 그 시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이 책은 <둠>을 출시하기까지 걸린 11개월 동안 이드 소프트웨어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 공학적인 방법을 엿본다. 시간을 거슬러 가는 창을 여는 것이다.
출시 25년이 훌쩍 지난 게임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오래된 운영체제를 돌릴 멸종된 하드웨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식outdated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 대체 누구일까? 구식 기술을 사랑하는 플레이어들이 많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는 『게임 엔진 블랙 북: 울펜슈타인 3D』의 성공에서 엿볼 수 있다. 역사, 향수, 공학 또는 심지어 철학에 빠져 있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이 책은 모두에게 호소되는 강렬함을 가졌다.
<둠>은 현대 역사의 일부가 될 만큼 심오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백만 명을 즐겁게 했고, 많은 사람이 게임 업계에 뛰어들도록 소명 의식을 촉진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이정표를 세웠다. <둠>의 소스 코드가 공개된 덕분에 프로그래머들은 게임 엔진 아키텍처를 배울 수 있었다. 수정하기 쉽고 여러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기에, 수많은 미래의 게임 제작자들이 애셋asset을 디자인하거나 그리면서 게임 제작의 첫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결국 <둠>은 게임의 아이콘이 되었고, 종종 자신의 기술을 자랑하고 싶은 해커들이 명성을 얻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맥북 터치바부터 ATM, CT 스캐너, 시계, 심지어는 냉장고까지 수많은 전자제품에서 <둠>이 구동되었다.
<둠>의 재정적인 성공은 PC 게임 업계의 지형을 개편하기도 했다. 1994년 한 해 동안 <둠>은 게이머와 컴퓨터 게임 세계 양쪽에서 올해의 게임상, 『PC Magazine(PC 매거진)』의 기술 우수상, 인터랙티브 아츠 앤 사이언스Interactive Arts & Science의 최고 액션 모험 게임상을 포함해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200만 개 이상이 판매되었고(셰어웨어 설치는 약 2천만 번으로 추정됨) 절정기에는 하루 10만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1인칭 슈팅 게임’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전, 사람들은 ‘둠 클론doom clone’으로 이 말을 대체했다.
그림_ '둠 클론' 또는 '1인칭 슈팅 게임'이라는 문구를 포함하는 워렬 유즈넷 글 추이
감성적인 가치도 크다. <둠>은 영원한 첫인상을 남긴 게임 중 하나다. 출시 직후에 <둠>을 접했던 사람이라면, <둠>이 돌아가는 모습을 처음 목격했던 순간을 여전히 기억할 것이다. 한때 마법으로 여겨졌던 게임의 내부를 뜯어보는 것은 아주 신나는 일이다.
향수를 넘어선 이 신나는 기분은 이 책이 유효한 가장 큰 이유다. <둠> 제작은 공통의 비전을 중심으로 모인 발명가, 엔지니어, 제작자 등에 관한 영원히 반복되는 이야기다. 이드 소프트웨어가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명확한 경로는 없었다. 그저 다른 누구도 아직 그곳에 가지 않았다는 확신뿐이었다. 그들은 밤낮으로 일했고, 바닥에서 잠들었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 험한 강을 건넜다.
<둠> 제작은 거대한 작업을 달성하기 위해 이를 수천 개에 이르는 작은 작업으로 올바르게 분해하는 방식을 요약한다. 이는 기술과 헌신과 행운을 결합해 기술, 예술 작품, 디자인의 숨 막히는 조합을 만든 몽상가 그룹의 이야기다.
이 놀라운 모험을 제대로 들려주기 위해 『게임 엔진 블랙 북: 둠』은 두 가지의 제약에 맞서야만 했다. 먼저, 보충 정보나 상호 참조 없이도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리즈의 전작에서 이미 다룬 콘텐츠를 반복해 충성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면 안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절충안은 다음과 같다. 독자들이 『게임 엔진 블랙 북: 울펜슈타인 3D』를 필수로 읽지 않더라도, 이 책에서 더 많은 내용을 얻도록 하자.
VGA 하드웨어, 도스 TSR, 386 리얼 모드, PC 스피커 사운드 합성, 프로그래머블 인터럽트 컨트롤러programmable interrupt controller(PIC)와 프로그래머블 주기적 타이머programmable interval timer(PIT), 디지털 차등 분석기digital differential analyzer(DDA) 알고리즘 등은 다시 다루어도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이미 『게임 엔진 블랙 북: 울펜슈타인 3D』에서 다루었으므로 이 책에서는 언급만 하고 넘어갔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런 절충안이 필요했고, 덕분에 『게임 엔진 블랙 북: 둠』은 차 한 잔을 마시며 한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는 약 470페이지짜리 책으로 완성되었다.
코드 샘플과 관련하여 몇 가지 변경이 있었다. 종이의 제한된 지면 때문에 종종 코드를 페이지에 맞춰 살짝 수정해야만 했다. 때로는 복잡성이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독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함수의 코드 부분을 제거했다. 몇몇 코드 예제는 오픈 소스 전환 전의 원본 소스 코드를 그대로 가져왔으므로 깃허브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코드의 의미와 코드에 담긴 정신만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확신한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명확하게 표현한다’고 말한 니콜라 부알로Nicolas Boileau에게서 영감을 얻은 연습의 결실이다. 이 책을 내가 직접 쓰는 대신 다른 누군가가 집필한 책을 그냥 사서 읽을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나는 꽤 게으른 편이다).
부디 이 책을 읽는 과정이 즐겁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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