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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N HR]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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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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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양, 이용훈

6,142

뛰어난 직무 역량, 정보의 공유,
권한이 권력이 아니라는 인식이 그 출발이다.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방법은 일종의 탈중앙화를 이루는 방식과 유사하다. 중앙 통제보다는 구성원에게 자율권을 부여하고 소수의 직책자에게 몰린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 개인 역량이 아닌 것에 대한 차별적인 혜택과 보상은 지양해야 하고 정보가 권력이 되지 않도록 투명한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조직 구조는 단순히 조직의 현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구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려면 조직 구조에 층위가 없거나 간소해야 한다. 조직의 구조나 직급 단계를 축소한다고 해서 수평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자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단계 조직 구조 혹은 직급 단계에서는 수평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추구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언어의 힘은 매우 크기 때문에 직책이나 직급과 같이 상하관계를 함의하고 있는 HR 제도가 있다면 조직에 알게 모르게 수직적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물론 다단계 직급 체계에서도 수평적인 문화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수평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조직에서 굳이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기성기업에서 다단계 조직 구조의 꼭짓점을 구성하는 직책자는 일반 사무직에서 출발하여 조직의 기준 혹은 상위자의 선택에 의해 발탁된다. 그리고 이들 직책자에게는 일반 구성원과 차별화된 권력과 혜택이 주어진다. 구성원의 인정이나 직무 전문성으로 직책자가 된 것이 아니라 경력이나 연차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사권을 비롯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으면 조직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직책자들에게는 차별화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제한된 직책을 두고 비슷한 구성원끼리 경쟁을 유도해서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를 유지한다.

 

직책 중심으로 권력과 보상이 집중될 때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는 파벌 싸움이나 제 식구 챙기기 등 정치가 만연해진다는 점이다. 이는 맡고 있는 조직의 기능이나 크기가 직책자의 권력 크기를 대변하고, 직급 승진이나 직책 보임에 대한 권한이 자신의 상위자나 차상위자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니 집단이 존재하는 곳에서 정치적 관점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정치적 영향력이나 효과를 제한하는 조직 구성은 유도할 수 있다.

 

조직에서 정치력을 확대하는 가장 일반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자기 사람을 채용하거나 요직에 앉히는 것이다. 가령 기성기업에서는 힘 있는 임원의 몇 마디로 누군가를 채용하거나 조직 이동을 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에서는 문화적합성을 판단하는 인터뷰 단계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면접에 참여한 모든 면접관이 논의하여 채용을 확정한다. 또한 목적조직의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발령이나 이동 배치 역시 특정 개인의 요청이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 조직 구조의 층위를 아무리 최소화한다 해도 조직이나 직무 그룹을 이끄는 최소한의 리더가 존재한다. 구성원 개개인이 업무 자율권과 의사결정 권한을 갖더라도 그 크기는 개인 역량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조직의 큰 문제를 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조직 층위가 아니라 조직 층위를 통해 얻는 특정 개인의 권력과 혜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직책에 부여되는 권력과 혜택이 최소화돼야 역량이나 리더십이 부족한 이가 콩고물을 얻기 위한 정치질을 시도하지 않는다.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에서 리더는 더 많은 업무와 역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이지 개인 집무실이나 법인카드, 차량 유지비를 받아가는 자리가 아니다. 개인에게 부여된 역할과 책임에 대한 보상은 기본급, 다시 말해 연봉으로 보상해주면 된다. 리더에게 별도의 보상이나 복리후생이 주어지면 그 자체로 구성원 간 ‘급’이 나뉘고 일종의 상하관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에서는 리더에게 주어지는 인사권도 제한된다. 사실 리더의 인사권이 제한되는 것은 수평적인 조직 구조와 목적조직 중심으로 일함으로써 발생하는 결과에 가깝다. 일단 직급 단계가 없고 직책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승진 심사나 직책 보임에 대한 권한이 자연스레 사라진다. 게다가 개별 직무 전문가들이 목적조직으로 구성되어 일하므로 업무상 직접적인 관여나 관리 요소가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리더가 발휘할 수 있는 인사권은 직무 역량에 대한 평가로 보상 결정에 중요한 참고 자료를 제공하는 정도다. 리더의 직무 역량 평가가 직접적인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의아할 수 있다. 

 

 

리더의 인사권이 제한되는 데서 오는 장점도 있다. 모든 조직에 리더가 있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기성기업에서는 직책에 공석이 발생하면 조직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겸임이든 다른 방식이든 빠른 시일 내로 공백을 메워야 한다. 그런데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은 개개인에게 업무 자율권과 의사결정 권한이 있고, 리더에게 주어지는 인사 관리 역할도 최소화되어 있어 적임자가 없다면 굳이 리더를 세울 필요가 없다. 권한과 혜택이 없더라도 리더는 하나의 조직을 대표하고 조직 내 구성원을 이끌어야 하므로 적합한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간혹 인사권이 없기 때문에 조직관리가 불가능하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평가와 보상에 대한 인사권이 없어 조직이나 업무 관리를 못한다고 하는 리더치고 실력 있는 리더를 본 적이 없다. 리더는 직책에 주어진 권한으로 구성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좋은 리더는 본인의 실력과 역량 그리고 소통으로 동료를 감화시키고 이끄는 사람이다.

추가적으로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정보의 공유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에서는 개인에게 업무 자율권과 의사결정 권한이 있다. 구성원 개개인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 그리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는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정보 접근에 제한이 있으면 업무 담당자가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것에 더해 그 자체로 일종의 서열이 형성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정보에 대한 접근과 통제 권한은 그 자체로 권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조건을 볼 때 기존에 수직적으로 일하던 기업이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단순히 조직 구조만 변해서 될 것이 아니라 HR을 비롯한 조직 운영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하고, 내부 구성원의 평균적인 역량 수준 또한 높아져야 한다.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스타트업이 생겨날 때 이 모든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향성이 정해진 조직은 생각보다 변화하기 어렵다.



본 내용은 『LEAN HR: 당신의 스타트업은 안녕하십니까』의 내용을 발췌해 재구성했습니다. 『LEAN HR: 당신의 스타트업은 안녕하십니까』은 비바리퍼블리카(toss), 티맵모빌리티, 현대엔지니어링, 무신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용훈 저자가 스타트업 HR 담당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선별해 이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한 신간입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의 특성을 비롯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이유, 컬처핏을 강화하는 인터뷰, 다면평가의 허와 실, 합리적인 보상 질서, 일하고 싶은 조직을 위한 채용 브랜딩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무적이면서 기존 HR과는 차별화된 접근법을 이야기해 독자가 스타트업 HR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어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표, 경영진, 관리자 그리고 사람과 함께 일하는 모두가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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