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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인터뷰

『NRC와 함께하는 LIVE NETWORK』저자들과의 인터뷰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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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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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13,434

국내 최대의 네트워크 오픈 커뮤니티 NRC에서 『NRC와 함께하는 LIVE NETWORK』라는 책을 내놓았습니다. 현장 실무를 접해본 적이 없는 분들을 위해 실무적인 부분을 많이 언급하여 "보면서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비즈팀에서는 이 책의 저자 세 분(지구인 김진규, 제로 박상철, 달 최성열)을 모시고 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이비즈팀: 안녕하세요? 일단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부탁 드리겠습니다.

지구인: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NRC 2대 동호회장을 맡고있는 김진규입니다. NRC 동호회에서는 지구인이라는 닉네임으로 통합니다. 이 책의 라우팅 파트와 프로토콜 파트를 맡아서 썼습니다.

제로: 저는 제로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박상철입니다. 저는 이 책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1부 스위칭 기술 및 활용, 부록. 제로의 10원짜리 팁)을 썼습니다.

달: 두 분의 짧게 소개를 해주셨는데요, 전 좀 길게 하겠습니다. NRC에서는 달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최성열입니다. 현재 국내 유일의 L4 스위치를 개발, 판매하는 회사인 파이오링크(http://www.piolink.com/)에서 기술지원팀장을 맡고 있고요. 우연인지 모르지만 작년 11월, 책 출간 모임을 시작으로 NRC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세미나나 컨퍼런스 때 “로드 밸런서(L4 스위치)와 인터넷 서비스”라는 주제로 여러 번 발표를 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NRC에서는 L4 스위치로 조금 유명해 졌었지요. 덕분에 현재 회사와도 인연을 맺게 되었구요. 전 원래 수학선생님이 꿈이었는데 지방대 수학과를 다니다가 다른데 맘이 있어 군대 제대 후에 아예 복학을 포기하고 어머님의 적극적인 지원(아무 말없이 등록금을 학원비로)으로 System Engineering을 6개월(프로그래밍이 대부분) 정도 공부했습니다. 그땐 정말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을 것처럼 촉망(?) 받았는데 결국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점점 변하면서 아직 프로그래머의 꿈을 버리지 못한채 이렇게 네트워크 엔지니어라는 명함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많이 모자라지만 이제 진짜 프로 엔지니어가 될거니까요. 그리고 저는 제가 잘 모르는 것을 차근차근 알아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나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죠. 이런 경우, 흔히 사람들은 준비로 인한 굉장한 부담 때문에 많이 거부하는데 의외로 이로 인해 많은 부분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비즈팀: 어떤 계기로 『NRC와 함께하는 LIVE NETWORK』를 집필하게 되셨는지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지구인: NRC 동호회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을 처음 기획해서 결국 다른 저자분들과 함께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제목에도 있듯이 3년 가까이 NRC가 활동하면서 쌓아온 여러 가지 기술적인 부분과 노하우들을 좋은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이비즈팀: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어떤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시겠습니까?

제로: 책소개 부분에도 나왔지만, 각 부별로 독립된 내용이라 목차를 보시고 필요하다 싶은 부분만 골라서 볼 수 있습니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요.

달: 네, 특별한 대상이 있는 것은 아니죠. 이 말은 이 책이 그만큼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네트워크와 관련된 사람뿐만 아니라 서버를 관리한다거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네트워크에 대해 꼭 알아야 할 부분들에 대해 다양하게 다루었으니까요.

지구인: 제로님이나 달님의 말씀대로 "특정하게 바로 당신이 보아야 합니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관련분야의 모든 분들이 보실 수 있는 책입니다. 현업 네트워크 엔지니어와 학생, 그리고 기술영업을 하시는 분들을 모두 배려한 책으로, 저자 3명의 개성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분들께서 필요로하는 파트만 골라서 보셔도 됩니다. 각 부분마다 뛰어 넘어도 되도록 배려를 해놓았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독자분들을 위해 팁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실무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어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 중간중간에 있는 "현장에서"나 "NRC 게시판에는"과 같은 부분들 말입니다.

이비즈팀: 시중에도 네트워크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와있는데요, 그 책들과 『NRC와 함께하는 LIVE NETWORK』는 어떻게 다른가요? 특별히 차별화 시키거나 강화하고자 했던 부분이 있었나요?

달: 일단 전반적인 구성을 보시면 가볍게 다루면서도 굉장히 난이도가 깊은 부분도 다루고 있고 많은 부분을 다루고자 노력했습니다. 다른 책처럼 단순 설명서가 아닌 정말 여러 번 갈고 닦은 얘기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고요. 그리고 아직까지는 제가 썼던 ‘로드 밸런서(L4 스위치)나 캐시’ 부분을 다룬 국내서는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1/3을 차지하는 ‘3부 인터넷과 TCP/IP’ 부분을 반드시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른 부분도 좋지만 ‘왜 이런 내용까지 다루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른 시각에서 이 부분을 다루었고 이 부분 또한 다른 국내서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는 내용이니까요.

제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였고,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는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네트워크 엔지니어로서 이 길을 처음 나섰을 때 부딪혔던 궁금증과 어려움, 이 길을 걸어가면서 느끼게 되는 것들, 참고할 만한 책이 없어서 웹사이트를 참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다시 정리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림을 많이 보여주어서 독자들이 그림만 보더라고 대충 감을 잡을 수 있게 만들었지요. 너무 많은(?) 그림 삽입으로 출판사측에서 고행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고생하셨던 것만큼 독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NRC와 함께하는 LIVE NETWORK


이비즈팀: 저자가 여러 분이시다 보니 집필 과정 중에도 티격태격 한 두 번의 충돌이 있었음직 한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제로: 사실 전 나머지 두 명의 저자분들의 얼굴을 한달 전에 보았습니다. 한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책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격(?) 아닌가요?

지구인: 특별하게 에피소드라고 할만큼 티격태격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끄집어내자면 서로에게 기술적으로나 글을 쓰는 성향에 대한 엄밀한 조언을 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는 "아! 우리가 과연 책을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중간에서 두 분이 주고받는 호의가 듬뿍 담긴 메일을 보면서 불안했었던 초기단계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 책이 나온다니 시간도 참 빨리 지나가네요!

달: 두 분과는 달리 전 크게 두 가지 사건이나 기억나는데요. 우선 첫 번째, 개인적으로 저는 네트워크를 라우터, 스위치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 중에 하나인데 목차까지 다 정하고 나서 얼토당토 안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가 정한 주제들이 왜 네트워크 책에 들어가야 하냐면서 거의 반 이상을 뺄 것을 제의 받았거든요. 다행이 목차를 많이 줄여서 다른 부분을 조금 자세히 쓸 수 있게 되었지만요. 두 번째는 책이 마무리 될 무렵 NRC 랩실에서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각자 쓴 부분을 지적하느라 밤새 논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고생해서 쓴 부분에 대해 “이 부분은 필요 없는 것 같은데요…”라면서 말이죠. 그렇지만 이것도 다 좋은 책 써보려고 한 토론이고 책이 출간된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이비즈팀: 네트워크 관리자의 길을 선택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구인: 아마도 기대 이하의 보수나 다른 직종에 비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야간 작업이나 연장 작업이 많은 네트워크의 특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현재는 많이 개선된 편이지만 아직도 많이 미흡하죠.

달: 네, 지구인님 말씀대로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엔지니어로서 갈 길이 험난한 것 같습니다. 생각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엔지니어로서 꾸준히 노력하는 마음가짐 아닐까요? 진정한 엔지니어는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일로 시간에 쫓겨 시간이 없더라도 말입니다. 나이 먹어서도 신기술을 익히느라 노력하는 엔지니어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혹시 나중에 한 20년쯤 흘러, 그때에도 제가 지금처럼 책을 써낼 수 있다면 그땐 정말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겠죠.

제로: 제가 보기엔 포기하거나 아님 계속 그 길을 걸어 나가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포기하는 이유부터 말해볼까요?

중도 포기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엔지니어가 대우받는 곳이 아닙니다. 즉, 고생을 많이 한 것에 대한 대가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적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이것은 비단 네트워크 관련 직종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네트워크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해야 할 일과 공부해야 될 지식이 너무 많습니다. 다른 계통에 비해서 이쪽 계통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생각하는 길과 현실은 너무나 많이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이것은 중소기업의 경우엔 더더욱 심합니다. 저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네트워크 엔지니어라면 네트워크 설계에 대해 밤새워 토론을 하고 가장 합리적인 트래픽 흐름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회의를 날마다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네트워크 엔지니어의 주된 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별의별 잡스러운 일을 다해야 됩니다. 마치, 여자들이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다가 현실을 직시하면서부터 백마탄 왕자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닫듯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계속해서 네트워크 관리자의 길을 가려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첫째, 배운게 도둑질! 이쪽 계통에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으면 마땅히 다른 곳으로 가기가 힘듭니다. 꼭 이쪽 계통만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 분야의 특성상 한 번 발을 들여 놓았다면 쉽게 발을 빼고 다른 곳으로 가기가 정말 힘듭니다. 특히 결혼을 하고 아기까지 있다면 더욱 그렇죠.

둘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일단 첫번째 "배운게 도둑질"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람마다 진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제 개인적인 경우에는 올라갈 곳이 무한하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아무리 공부해도 끝이 없기 때문에 항상 내가 올라갈 곳이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평생 공부를 해도 다 알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양입니다. 노력한 만큼 실력을 꾸준히 쌓아 올릴 수 있는 분야이고,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호회 사람들과 항상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비즈팀: 마지막 질문입니다. 본인은 진정한 네트워커라고 생각하십니까?

제로: 인터넷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평등을 가장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합니다. 현실에서의 인간 관계는 전형적인 수직구조를 형성하고 있지만,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부모를 잘 만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많이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권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모든 사람들이 다 평등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뒤에서 피땀흘려 네트워크를 만든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에 미력한 힘이나마 조금 보탤 수 있다면 이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트워커가 되기 전에 인간부터 먼저 되라는 말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뿐만 아니라 어떤 일에서도 이 말은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인간으로서도 부족한 제가 진정한 네트워커라는 말을 감히 붙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은 아주 작습니다. 드넓은 우주의 먼지만큼도 모르는 제가 네트워크가 어쩌구 저쩌구 왈가왈부 할 수 있다는 것 조차 건방진 것이겠지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저를 포함한 동호회 사람들은 진정한 네트워커가 되기 위해 오늘도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비즈팀: 지구인님과 달님은요?

지구인: 글쎄요… 지금 이 순간과 책을 써내려가던 순간들… 현장에서의 여러 기억들이 스쳐지나가면서 흐뭇한 미소를 띄울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진정한 네트워커는 아니라도 비슷하게는 가고 있는게 아닐까요?

달: 죄송합니다. 저는 아직은 아닙니다. 저희 사장님께서는 ‘사람을 이어주는 진짜 네트워크’라는 멘트를 자주 사용하시곤 합니다. 생각해보니 네트워크는 장비를 연결해주는 그런 기술의 집합체가 아니라 진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그 무엇 이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정말 언젠가는 제 자신도 진정한 네트워커라고 말할 수 있을 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때 다시 인터뷰할 기회가 생긴다면 ‘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절대로 허접한 엔지니어는 되고싶지 않으니까요.

이비즈팀: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제로: 저는 앞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해서 그런지 특별히 할 말이 없네요. 독자 여러분들의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

지구인: 네트워크는 종합적인 분야입니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하나만으로는 진정한 네트워크가 될 수 없다는 말이지요. 앞으로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지향해야 할 부분은 서버와 보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의 배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참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야겠지요.

달: 이런 인터뷰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들 해주셔서 고맙구요.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실력있는 엔지니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빛미디어는 지금처럼 그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주셨으면 하구요. 추운 겨울입니다. 모두가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비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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