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은 결코 소수의 힘 있는 공급자가 사적으로 통제하는 콘텐츠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공간과 목소리의 공존이어야 합니다.
아닐 대시(Anil Dash)가 쓴 "The Missing Building Blocks of Web"은 여전히 현역에서 뛰고 있는 기술이지만, 방치되어 관심을 받지 못하는 웹을 다루는 훌륭한 글입니다. 그는 잃어버린 웹 기술 또는 웹을 다시 세울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기술을 되찾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미래에는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적합한 웹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저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해오고 있지만, 인터넷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P2P(peer-to-peer)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술은 기본적으로 대시가 제안하는 것보다 좀 더 복잡합니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많은 기술이 존재하지만 블록체인과 어니언 라우팅을 중심으로 웹을 재구성하려면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일부 전문가만를 위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대시가 이야기하는 "잃어버린 빌딩 블록"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간단합니다. 스타트업에 물들지 않은 웹 개발자와 보안 관리자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대시는 브라우저에서 웹 페이지의 HTML 코드를 볼 수 있는 소스 보기(View Source) 기능이 사라져가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소스 보기 기능이 아예 쓸모없어진 건 아니지만,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웹이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웹페이지의 소스를 들여다보고 이를 복사해서 뭔가 더 좋아보이는 것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코드를 복사하는 것만으로 무언가 배울 수는 없습니다. 웹페이지의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소스 보기는 점점 쓸모없어졌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브라우저에는 소스 보기 기능이 남아있습니다. 필요한 건 아주 작은 부분인데 거대한 자바스크립트와 CSS 코드에 둘러싸여 있어서 원하는 것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HTML은 복잡하지 않고도 기능적일 수 있습니다. 제가 작성한 대부분의 글(이 글을 포함해서)은 아주 간단한 HTML만으로 첫 번째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단지 6개의 태그만을 사용해서 말이죠. 기본적인 웹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간단한 에디터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는 넷스케이프 골드(넷스케이프의 유료 버전) 하나뿐이었지만, 지금은 간단한 HTML 편집을 지원하는 무료 에디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대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방해만 되는 복잡한 형식과 레이아웃을 벗어나야 합니다. 어떤 디자이너에게 물어보든지 화려하기만한 페이지보다는 단순함이 더 중요하다는 건 인정할 겁니다. 소스 보기 기능이 쓸모없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함까지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좀 더 많은 곳에서 단순함을 중시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그런 웹사이트에서 유용한 코드를 복사해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소스 보기 기능은 다시 쓸만한 기능이 될 것입니다. 페이스북의 HTML 소스를 보고 좋은 웹 개발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CSS와 자바스크립트로 범벅이 되지 않은 새로운 사이트는 좋은 웹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웹은 결코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와 같은 소수의 힘 있는 공급자가 사적으로 통제하는 콘텐츠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공간과 목소리의 공존이어야 합니다. 이런 공존의 모습을 다시 세우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수많은 작은 사이트들이 있으며, 그들은 웹상에서 정말 가치 있는 콘텐츠의 일부(저는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거대 사이트의 문제점은 그들이 "관련성 높은" 콘텐츠를 선택하고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페이스북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긴 하지만, 가늠할 수 없는 웹 사이트의 바다에서 관련성 있는 콘텐츠를 선택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서비스입니다. 저는 친척들과 친구들을 위해 아기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들고 채팅을 할 수 있는 사이트를 직접 만드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90년대에는 다들 그렇게 했거든요. 우리가 모든 사이트를 직접 읽으려고 하면 어려움을 겪을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겁니다. 90년대의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랬을겁니다.
우리는 이미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RSS를 통해 웹 사이트는 뉴스와 새로운 항목의 "피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피들리(Feedly)나 리더(Reeder)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관심 있는 사이트를 등록해놓고 마지막에 방문한 이후 변경된 내용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매일 수십개의 사이트를 확인하지는 않지만 피들리를 사용해 수백 개의 웹 사이트를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관심있는 사이트를 매일 방문하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서 피들리에서 새로 등록된 글만 살펴보면 됩니다. 페이스북과 다르게 피들리는 내가 새로 마지막에 읽은 글만 관리할 뿐 사용자에 대한 어떤 것도 알아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피들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좀 더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TOR와 같은 기술에 비하면 RSS 기술은 사용자가 접근하기에 훨씬 간단합니다. 우리가 웹을 재건하려고 한다면, 눈부시게 빛나며 복잡한 기술보다는 단순한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누군가 페이스북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RSS 리더를 만들 수 있다면 사용자 스스로 자신이 보고 싶은 컨텐츠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대시는 이런 트윗을 남겼습니다.
구글 리더(구글의 RSS 클라이언트 서비스)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 구글의 결정은 잘못된 정보에 의해 미디어가 조작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됐습니다. 읽을 콘텐츠를 내가 선택하는 것과 특정 기업에서 여러분을 위한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은 다른 모든 형태의 미디어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웹에는 음모론이나 정치적 선전을 위한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3자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결정해주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다면 이런 사이트가 세력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이 프로젝트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거나 성공할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화려하거나 복잡한 사이트가 아닌 단순한 사이트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끔찍했던 지오 시티(GeoCities) 페이지를 포함한 1세대 웹의 악몽을 다시 만날 수도 있습니다. 보기만 좋고 동적인 웹 사이트는 피해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적인 웹의 첫 번째 확장 중 하나였던 CGI Perl을 기억하세요. 현재의 혼란에 우리를 빠뜨렸던 똑같은 실수를 다시 하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단순함은 결코 쉽지 않은 규율입니다. 하지만, 복잡함을 조금씩 줄여나간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빠르고 즉각 반응하는 웹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 우리는 속도와 반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겁니다.
우리는 인터넷 초기부터 만연하고 있었으며 여전히 남아 있는 많은 사생활과 보안과 관련된 결함을 피해야 합니다. 이런 기술적 부채는 오래 전에 이미 만기가 지났습니다. 부채를 청산하려면 약간 복잡한 기술과 UI 엔지니어링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너무 자주 보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사용자와 공격자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새로운 1.1.1.1 서비스는 DNS 인프라 및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몇 가지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합니다. 클라우드플레어의 CEO는 HTTP를 통한 DNS 요청(DoH, DNS over HTTPS)와 같은 몇 가지 기본 변경 사항을 제안합니다. 간단한 변경이지만,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순간 UX 디자이너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안전"을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의 웹이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간단한 구성 요소로부터 진화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는 우리가 원하고 기대했던 것입니다. 분명히 우리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왜 우리는 똑같은 것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미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라면 다시 시작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남용을 막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통합해야 합니다. 우리는 실제로 누군가의 개인 소유가 아닌 공공재로서의 공공 공간을 건설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가 그것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벗어나야 합니다. 대시는 6년 전, 페이스북의 몹시 나쁜 달 (Very Bad Month)이 오기 훨씬 전에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아 들여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 어떻게 오게 되었던간에 웹을 다시 세우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때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다시 세운 웹이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포함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과 호환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성공할 것입니다. 아닐 대시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내가 제안한 것이 아니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훨씬 더 높습니다. 웹을 다시 세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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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루키데스는 오라일리 미디어의 콘텐츠 전략 담당 부사장입니다. 그는 윈도우 프로그래밍만 빼고 다양한 기술 분야에 관한 많은 저서를 편집했습니다. 그는 특히 프로그래밍 언어, Unix 그리고 요즘 Unix처럼 여겨지는 것들, 시스템 및 네트워크 관리에 관심이 있습니다. Mike는 System Performance Tuning의 저자이자 유닉스 파워 툴의 공동 저자입니다. 최근에는 데이터를 분석하며 R, 매스매티카(Mathematica), 옥타브(Octave)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이 변화시키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원문 : It's time to rebuild the web
번역 : 이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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