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추위 그리고 외로움
책 표지에서 느껴지듯 책장을 넘기는 순간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서늘한 기운이 스쳐간다. 이미 1889년에 출간되었다가 한차례 절판된 후 다시 재출간된 책이라는 것 부터가 마음을 자극한다. 흘려쓰듯 적힌 표지의 문구가 책장을 넘기며 만나게될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긴다.
추운겨울 해질녘 바다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자면 알 수 없는 외로움에 눈물이 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혼자 여행하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중에서 제일 큰건 아마도 외로움과의 사투가 아닐까 싶다. 어느해인가 혼자 긴 여행을 다니면서 먹고 자고 보고 다 좋았지만 마음 한켠을 채우지 못하는 외로움에 밤마다 술과 친구를 맺었던 기억이 난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북극권 개썰매 여행(무려 1년 5개월간 12,000km를 달린)이라는 주제를 접하면서 난 이미 약간을 질려버렸다.
지난해 북해도 여행에서 느꼈던 지독한 추위에 대한 한기가 나도 모르게 내 목덜미를 감싸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의 준비과정과 진행되면서의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생생하고 그 안에서 절망과 극복, 다시 도전하는 모습들이 너무 잘 그려져있어서 오히려 더 지독하게 외롭게 느껴졌다. 사방이 위험투성이에 언제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는 그곳에서 어쩌면 도전이라는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두려움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도전
언제부터인가 나는 북극에 대한 동경과 도전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과 지독한 추위 그리고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별들과 오로라. 그곳에 대한 동경이 점점 현실적으로 구체화 되면서 다양한 책들을 읽고 또 읽었다. 이번 책은 내게는 또 다른 두려움을 극복하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북극권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두려움은 추위와 비용외에도 지독한 외로움이 한 몫을 한다. 언제 어디서 혼자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주춤하게 만드는 힘이있다.
하지만 그 모든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바로 도전과 성공에 대한 열망이다. 지금 비록 힘들고 두려울지라도 한발 한발 걸어가면 결국은 그곳에 다다르게 된다는 믿음과 도전정신 그게 바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이다.
왜 이토록 힘들고 외로운 길을 가는가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질문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저자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이토록 춥고 외롭고 힘든 여행을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나는 왜 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없는 희열과 용기를 얻고 있는 것인가? 어째서 난 편한 길을 두고 계속해서 어렵고 힘든 길을 돌아가려고 하는 것인가?
수없이 많은 의문이 머리속을 꽉꽉 채우고 있어서 보는 내내 힘든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 또한 이 책에 들어있었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경험도 용기도 성취감도.. 지금 현재에 머무르면 또 다른 미래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얼마정 공교롭게도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출발을 선택하였다. 내게는 쉽지 않은.. 아니 힘든 결정이었다.
남은 후임들을 위해서 몇권의 책을 준비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이다.
직장생활중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선택과 결정의 순간들이 오고 또 지독한 외로움과 고뇌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 시간이 오면 누구나 당황하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해서이다.
이 책은 지금 새로운 도전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고민하고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인생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인생에 있어서 도전이 없는 삶이란 있을 수 없는, 그것은 인생이 아닌, 뭐 그런 것 같다. 인류의 역사는 곧 도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류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오늘 읽은 이 책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는 그런 도전적인 삶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인생을, 그것도 그의 삶 중에 있었던 많은 도전 중의 극히 일부만 - 북극 12,000km 단독 횡단 - 그려 놓은 역사의 (1년 5개월) 한 장면일 뿐일 수도 있다.
이런 극단의 도전도 있겠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늘 도전에 맞서 산다. 하루 하루가 도전이고 주어진 과제, 일, 육아 그 자체가 늘 도전의 연속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인생을 살고 있다면 누구나 도전 앞에 용기를 잃은 모습, 다시 그 용기를 찾고 싶은 욕망이 다 있다.
이 책을 쓴 나오미는 그러한 모든 인생에게 자신의 극단의 도전을 통해서 그것들 읽은 독자에게 필요한 일상의 용기를 붙돋아 준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좋아! 나도 북극 일주를 도전해 볼테야!" 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다시 해제되어 재판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도전 정신이 우리의 삶에 끈임 없이 필요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하고 페이스북에 썼다.
"여행, 길, 도전, 인생과 같은 단어들이 생각나는 책이다. 내가 태어난 해 그 도전적이고 불가능한 여행을, 어쩌면 홀로 자신과의 북극 12,000km 여행을 시작한 한 사람의 이야기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도 한 불빛을 향해 이리도 험난한 도전의 길을 갈 수 있을까?! 물어보며 떠난다."
누구나 도전을 동경한다. 그리고 극복하며 인생이라는 것을 넘보게 된다. 용기 없어 웅크리다가 겨우 겨우 해내고선 그 인생을 돌아 볼 때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뿐 아니라 인생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까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간단하다. 우에무라 나오미라는 도전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겨우 29살 나이에 세계 5개 대륙의 최고봉(유럽 몽블랑,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남미 아콩카과고, 아시아 에베레스트, 북미 매킨리)을 최초로 성공한 사람이 되면서, 1968년 (지금으로 부터 생각하면 그 옛날에) 아마존의 원류로 부터 하구까지 6,000km를 뗏목 하나만 의지하여 내려온 이가 북극을 개 썰매로 12,000를 혈열단신으로 단독 주파한 기록 일지같은 것이다. 거기에는
개썰매를 타고 얼음과 눈으로 뒤덮힌 북극땅을 힘겹게 건너고 있는 모습과 해가 질녘에 볼 수 있는 연보라빛 노을이 책 표지인 이 책은 무한도전정신을 가지고 산과 대륙을 홀로 질주한 나오미씨의 여행일지를 담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책에서 묘사하는 내용이 그대로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펼쳐지곤하는데,
북극대륙을 건너는 장면이어서 그런지
살을 애는듯한 추위와 어둠이라는 두려움과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야겠다는 불안감이 간접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오미씨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한편으로는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정말이지 죽을 수도 있는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말입니다.
여행일지는 개썰매를 타고 가면서 쉬는 중간 중간에 몸을 녹이고 앞으로 돌진하기 위해 재충전과 준비를 하면서 쓴듯합니다. 몇년몇월몇일에 제목까지 있습니다. 일기라기보다는 며칠간격으로 있었던 일들을 요약해서 담고 있습니다. 더도 덜도 아니고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각 장의 앞에는 중간 중간 완주한 지도와 칼라사진이 실려 있고 당시 모습을 짐작케 합니다.
이책은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나오미씨가 어떻게 될지 불안하면서도, 당장 눈앞에 닥친 고난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해서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합니다.
아! "안나" 는 리더역할을 해는 개썰매를 끄는 리더역할을 하는 개에게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누이트들에게는 여자라는 단어로 흔한말이지만 나오미씨에게는 아주 아주 특별한 이름입니다. 코츠뷰는 책의 첫장에 여행한 북극대륙지도가 있는데, 목적지를 말합니다.
개들이 도망치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개도 있었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는 개들도 있었습니다. 분실신고(!)를 해서 다행히 사례금을 주고 찾기도 합니다.
식량은 해마, 해표, 카리부, 백곰, 고래고기 등이고 거의 날것으로 먹습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개썰매를 어떻게해야 잘끄는지, 개들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고, 죽거나 더이상 달릴 수 없는 개를 대신해 새로 보충해 어떻게 훈련시키는지 그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책장을 넘기는 내내 했습니다. 정말로 북극 한복판에서 굶어서, 얼어서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토착민인 이누이트들로 만류하는 단독 북극횡단이라니... 그것도 전통적인 개썰매만을 사용해서 말이지요. 무모하고 위험천만해 보이는 이 모험은 주인공에게는 여행일 뿐입니다.
간혹 개들이 주인공을 쳐다보며 달릴생각을 안합니다. 몇시간이고 더 드러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안할도 있습니다. 정말이지 개들도 입장이 있습니다. ㅋㅋㅋ 나오미는 개들에게 버선을 만들어줍니다. 카라 사진 중에 버선을 신고 있는 개가 나와서 그 당시를 상상하니 미소가 나왔습니다. 개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 버선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천조각을 바느질해서 수십켤레를 만든것입니다.
매일 일정거리를 달리고 밤이면 다음날 준비를 합니다. 일기, 편지를 쓰고,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젖은 옷가지들을 말리고...
주인공에게 개들은 어떤 존재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누이트들의 그것과는 다를것입니다. 가족처럼 "내새끼"라고 생각하며 대합니다. 병들거나 해서 죽으면 무덤을 파서 잘 묻어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끼는 개들이지만 개썰매를 달릴때는 죽을정도로 혹사시킬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인공이 죽을 수도 있기에 마음을 독하게 먹은것 같네요.
이누이트들의 정말 바보같을 정도로 후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썰매에 실을수 있는 식량은 약 일주일치 정도입니다. 중간 중간에 사냥을 하든가 아니면 이누이트들을 통해서 지원을 받거나 해야 합니다. 나오미가 만난 이누이트들은 모두들 나오미를 신기해하고 대단해하며 가족처럼 대해줍니다. 고기와 가죽도 아낌없이 나누어 줍니다.
책에 나와있었지만 그 당시에도 개썰매는 유물처럼 되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젊은 이누이트들은 스노우 스쿠터를 10년 전부터 타고 다녔다고 하니까요.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카리부, 사향소 등의 동물들은 얼음으로 뒤덮힌 북극에서 대체 무엇을 먹고 사나 몹시 궁금했습니다.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며 "1976년 5월 8일 안나,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 소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이 제 가슴속에 다가왔습니다. "나에게 마지막이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나오미의 일대기와 도전정신이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회인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곰곰히 해봅니다.
그동안 잊고 있던 예전의 꿈이 떠올랐습니다. 그 꿈과 함꼐 반드시 실현시켜야 겠다는 욕망도 되살아 났습니다. 저도 그 꿈을 실현해 보려고 합니다. 더 늦기전에 말입니다.
리뷰를 끝으로... 이 책에는 북극을 단독으로 횡단한 나오미씨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입장이 있는 썰매개들과 후한 인심을 가진 이누이트들도 있습니다.
지금의 삶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희망도 즐거움도 보이지 않는다면 꼭 이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