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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Choice

당신은 죽어본 적이 있나요?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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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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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영

3,783

죽음의 부정

한빛비즈

사실 나는 죽음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지금은 천하의 ‘똥 멍청이’로 밝혀졌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내가 꽤 똑똑한 줄 알았다. 아홉 살 무렵의 나는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종일 책을 읽었다. “어머, 얘는 어른 책을 읽네!” 하면 으쓱했다. ‘어려운 책을 읽는 어린이’인 내가 좋았다. 나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 '죽음'을 알기 전까지 말이다.

 

죽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소한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럴 리 없다. 똑똑한 어린이가 포기할 수 없는 무주공산이 거기 있었다. 나는 죽어야 했다. 아홉 살의 모든 지식을 동원해 다양한 사인死因을 기획했다. 물론 어설픈 프런티어 정신은 모조리 실패했다. ‘아, 죽기란 살기보다 어려운 일이로군!’ 어린이는 그렇게 하나 더 배웠다. 그리고 그 어린이는 커서 편집자가 되었다. 오 마이…. 

 

이만한 기획 의도가 또 있을까 싶어 책 설명 대신 내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이 책은 이미 너무 유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죽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나!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 곳.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불경한 단어.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그곳이라 쓸 수조차 없는)을 생각할 때마다 엄습하는 두려움이 호기심을 압도하여 다시는 그런 시도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걸 ‘미련’이라 하는 것 같다. 아아,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나는 미련했음을 새삼 깨닫는다.

 

*원고와의 첫 만남은 오직 편집자만 기억한다. 이미 만들어진 책을 잘 포장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시도는 편집자가 지겹도록 하는 일이지만, 원고가 어떻게 편집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책이 되었는지를 설명할 기회는 흔치 않다. 판매와 무관한 이 공간에 편집 후기를 남기는 일이 그래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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