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검색 및 카테고리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한빛출판네트워크

편집자 Choice

한 맥시멀리스트의 도덕경 읽기

한빛미디어

|

2017-11-01

|

by 송지영

9,233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다시, 도덕경

한빛비즈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한 가을이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다. 바로 ‘작년 이맘때 내가 입었던 옷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의문이다. 행거는 이미 그 한계치를 벗어났고, 신발장도 수납공간이 다 차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방을 채우고 있는데도 막상 찾으면 늘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다. 이것 참 희한한 일 아닌가!

 

하루에 하나씩만 버려도 삶이 가벼워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무엇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 스카프는 사랑했던 이에게 선물 받은 거라 버릴 수 없고, 저 신발은 다시 유행이 돌아올 것 같아 버리지 못했다. 책은 더욱 그렇다. 사는 것만으로 유식해지는 느낌이 들어 정말 사서 쟁이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일 년에 한 번 거들떠보지도 않고 먼지만 푹푹 쌓인 물건들이 온 집안에 가득했다.

 

《도덕경》을 보면 천 년 전에도 나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들도 물욕에 흔들리고 신세 푸념을 하느라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에 인류의 스승 노자는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성인은 욕망하지 않음을 욕망한다.” –《도덕경》 64장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의 다른 이름은 《다시, 도덕경》이다. ‘정의’의 관점에서 《논어》를 재해석한 《다시, 논어》에 이어, 동양 철학과 현실의 접점을 찾는 ‘다시, 고전’의 시리즈 이름이다. 한자라면 질색을 하는 내가 ‘다시, 고전’이라는 기획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박영규라는 탁월한 저자를 만난 덕분이다. 오랜 시간 강단에서 고전을 가르쳐 온 저자 박영규 선생은 어렵게만 느껴지던 고전을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데 뛰어난 분이다. 처음 원고를 보자마자 ‘다시, 고전’ 시리즈를 기획하고 연달아 두 권을 계약했다. ‘책 만드는 편집자가 동양 고전은 읽어야지!’ 하는 부채감에 산 《논어》와 《도덕경》은 몇 년 동안 먼지를 풀풀 뒤집어쓰고 있다가 이 시리즈의 원문 대조 용도로 마침내 세상 빛을 보았다. 그 책들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박영규라는 친절한 가이드가 있어 두렵지 않았다. 내겐 고전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준 고마운 저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때로는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붙잡기보다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것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방법이 된다.”

   “버린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버려지는 것은 낡은 나이고, 얻는 것은 새로운 나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그래, 멈추고, 비우고, 버려도 된다. 하다못해 '버려야 또 살 수 있다'고 되뇌며 오늘은 방 청소를 좀 해야겠다.  

댓글 입력
닫기

해당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이미 장바구니에 추가된 상품입니다.
장바구니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자료실

최근 본 책0